[블로터닷넷] 9월5일 12시간의 비망록

0시.

"아니 이게 왜 이렇지, 화면에 우주 문자가 난무하네…"
"다른 사람도 그런 가 살펴봐."
"어, 난 괜찮은데…"

"선배, 올라왔던 기사 하나가 사라졌는데요."
"기사가 왜 사라져. 꼼꼼이 살펴봐."
"진짠데요. 없어요. 섹션 구분에는 있는데…"
"헤드라인 more 기능 없애기로 하면서, 착오가 있었던 모양이다. 개발팀에 빨리 연락해."

"메일은 아직 안되나요. 이상하네."
"다른 사람들도 그런지 확인해보고, 호스팅 업체에 확인해봐."

뭐, 대충 이런 식이었다. 그렇게 새벽으로 가고 있었다. 계속 개발팀과 핫라인을 열어놓고 점검, 또 점검.


03시.

"이제 ip를 열까요. 마무리가 된 것 같은데요."
"아, 한 가지만 더, 우측 하단에 빈자리가 아무리 봐도 좀 썰렁한 것 같아요. 빈자리를 좀 채우죠."
"예, 그럼 그렇게 하고 열도록 하죠."
"그럽시다. 마지막까지 수고 좀 해주세요. 이쪽에서도 계속 체크하고 연락드리겠습니다."

개발팀과 마지막(?) 통화후 그렇게 블로터닷넷이 세상에 공개됐다. 음… 


05시.

"개발팀이죠. 일단 현재까지는 별 문제 없는 것 같은데 잠시 샤워 좀 하고 와도 되겠죠."
"예. 여기서 계속 체크하고 있으니까, 특별한 일 있으면 연락드리죠."

집이 사무실에서 좀 가까운 편이다. 들어가, 뜨거운 물 끼얹고 다시 컴퓨터 앞으로 쪼르르. 이것 저것 보고 또 보다가, 아뿔싸 깜빡 잠이 들었다.

07시13분.

"아이쿠, 이런. 몇시야, 7시13분. 헉"

부랴부랴 옷 주워입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급한 맘만큼이나 자전거 페달도 빠르게 돌았다. 바람은 상쾌했다. 가을이었다. 불혹의 가을.

08시.

"어, 화면이 또 이러네. 왜, 우주문자지."
"여전히 그래? 그럼 큰일이잖아. 왜 그러는 거야."
"…"
"그거 브라우저 인코딩 한 번 봐."
"어, 이게 서유럽으로 돼 있네. 이런… 죄송합니다."
"으이구"

"그런데 내건 또 왜 이러냐. 웹사이트 홈페이지 주소가 왜 자꾸 바뀌어있나. 분명히 바꿔놨는데… 우리 사이트 이상한 거 아니에요."
"야, 너 스파이웨어 잡는 거 안깐 거 아냐."
"어, 그런가. 어디. 어, 그렇네. 이제 괜찮네. ㅎㅎ"

이렇게 놀라고, 다시 가슴을 쓸어내리며 마지막 한시간을 보냈다. 9시 출근 시간을 사실상의 D데이로 잡았었다. 

08시45분.

"똑똑, 수고 많으셨네요."
"아, 예. 고맙습니다. 관심갖고 봐 주셔서… 어떤 것 같습니까."
"깔끔하고 보기 좋은데요. 고생 많이 하셨어요."

첫 외부 반응. 메신저였다. "음…"

09시10분.

"우와, 이런 거 만들려고 그동안 그렇게 숨어있었나요."
"아직 많이 부끄럽습니다."
"어유, 좋은데요. 성공하실 겁니다. 감축드립니다."
"예, 정말 고맙습니다."

또 다시 메신저. 역시 아이티 세상이군. "혹시 또 모르니까, 계속 체크들 해보자."

"이거 아무리 봐도 폰트가 좀 이쁘지 않은데요 좀 바꾸는 게 어떨까요."
"영원한 베타 버전이라고 생각하자. 아직 우리 아이디어 절반도 구현 못했잖냐. 너무 조급해하지 말자."



10시20분.

"똑똑." 또 메신저다.

"왜 싼바의 열하일기는 텅 비어있나요."
"아, 예. 잔뜩 기대하게 만들려구요. ㅋㅋ."
"ㅎㅎ. “고생하셨어요. 깔끔하고 좋은데요."
"감사합니다. 소문좀 많이 내주세요."

아직까지 반응은 좋다. 그런데…

"어이. 나다. 지금 막 보고 있다. 이거 왜 이러냐."
"어, 형. 왜요."
"사이트가 너무 가벼워 보여. 좀 진중한 맛이 없는데."
"그런가요."
"그래, 컨셉도 좋고, 컨텐츠도 괜찮아 보이는데, 사이트가 좀…"
"그래요. 계속 지켜봐주세요. 저희도 여론 수렴 계속 할게요."
"그래, 그것도 그거지만, 일단 오픈 하는 것은 축하하는데. 범아, 진짜루 비즈니스를 하는 거라면, 맘 독하게 먹어야 한다. 니가 한다니까, 정말 축하하고 잘 됐으면 좋겠는데, 내가 니 성격 잘 않잖냐. 내가 다 불안하다."
"무슨 얘긴지 알았어요. 고마워요."
"그래, 알았으면 됐고. 일단 나도 블로터로 가입했다. 고생해라."

대체로 블로터닷넷을 시작했다는 얘기를 하면, 내게 돌아오는 주변의 반응은 비슷했다. 딱 2가지로 확연히 구분된다. 하나는 분에 넘치는 칭찬이다. 그걸 쓰자니, 좀 그렇고. 다른 하나는 "글세 다 좋은데, 사람이 너무 유해서 그게 걱정이네. 그냥 기자면 모르겠는데, 비즈니스라고 하면 좀 다른데…"

‘유하다’는 표현도 사실 좋게 말해 준 거다. ‘나이브하다’, ‘감상적이다’, ‘여전히 철이없다.’ ‘융통성이 없다. 뭐, 대충 이런 말인 게다. 음. 맞는 얘기다. 어쩌나. 확 바뀌어야 하나. 어떻게 바꾸지. 하여튼 뭔 말인지 알겠다. 선배들의 애정어린 조언이니 새겨듣자.

"똑똑". 또 메신저다. 정말 메신저 세상이다.

11시30분.

‘딸깍’. 이번엔 메일이 주르르 떨어진다.

"우와, 멋진데요. 고생많으셨습니다."
"어찌 이런 깜찍^^한 아이디어를…"
"축하합니다…김 사장님 ㅎㅎ 이렇게 불러도 되나요…"

"어, 데스크 블로터 기사가 하나 올라왔네. 어, 박 이사님 이시군."
"어이쿠, 이런 편집기에 이런 오류가 있었네… 아니, 어떻게 이걸 몰랐지."
"개발팀이죠…"


12시35분.

"일단 먹고 합시다. 오늘은 뭘 먹나."
"전, 도시락 싸왔는데요. 다녀오시죠."
"헉, 도시락을 싸왔어. 밥먹으로 나가는 시간도 아깝다 이거지. 훌륭한 자세야."
"그게 아니구요. 점심값 아낄려구 그래요."
"왜, 점심값이 없어?"
"아유, 참. 월급 많이 달라고 시위 하는 거잖아요. 나 원, 이렇게 감이 떨어져서야…ㅉㅉ"
"허허…"

‘나쁜 놈. 오픈하자마자, 월급 타령이네. 어디 두고보자. 헉, 이런, 나도 어느새…’

그래도 여유가 좀 생긴 모양이다. 다들. 그래, 우리도 도시락 시켜 먹자.

13시30분.

"당신이야. 반응은 좀 어때. 회원 많이 가입했어?"
"아직 좀 더 봐야지. 점심은 먹었나?"
"응. 처음부터 너무 욕심내지 말고. 고생했어요."
"그래, 고맙다."

마누라의 축하 인사를 끝으로 창간 첫 날 오전이 마무리 됐다. 한숨 돌려도 되려나…

"저 안군데요. 2시까지 기획기사 2부 날릴게요. 바로 처리해서 올려주세요."

아, 이제 시작이구나.

“[블로터닷넷] 9월5일 12시간의 비망록”에 대한 12개의 댓글

  1. 덧글은 제가 ‘일빠’입니다. 완전 축하드려요, 싼바 선배. 이상주의자의 이상이 실현되는 그 날이 오기를 기원합니다요.(저도 이상주의자예요)

  2. 순간순간 마음 조림 이해하지요….
    매번 겪는 순간이지만… 몸무게 1.5kg 책임지세요..^^

  3. 긴장되고 분주한 첫날이 눈에 선하네요. 시작은 늘 설레이고, 그래서 멋진 것 같습니다. 잘 되실거에요. 사실 유한 것은 김사장님의 매력이 아닙니까. 그런 면이 오히려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순수하고 열정적인 기자분들이 모인만큼 기대가 큽니다.

  4. 으아~ 이 원고량…. 마음먹은 대로, 손 가는 대로…
    음…음….
    영치기 영차여~

    은용

  5. 그날의 긴장감이 고스란히 느껴지네요.. 저는 지켜만 봤는데도 이렇게 힘든데.. 얼마나 맘조리며 긴장하셨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당.. 하여튼 좋은 사이트 오픈하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시작은 이제 부터지요?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할 수 있도록 더욱 힘써 주세요..김대표님..블로터미디어.. 화팅!!!

  6. 덧글쓰고 편집 버튼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바로 삭제네요..^^;; 글고..아이디가 아닌 별명(?) 또는 필명으로 등록되게 해주세요.. 제가 누군지 다 알게 되잖아요..^^;;

  7. 전화 목소리가 낮게 깔려서 고생을 많이 하셨나 보구나 하는 짐작은 했지만, 비망록을 보니 구구절절 노력과 고생의 흔적이 보입니다. 힘 내시고, 성공하시기 바랍니다. 🙂

  8. 열정을 가지고 큰 일을 시작하는 것 만큼 행복한 것도 없습니다. 오픈시작 로그를 보니 오히려 순간순간 짜릿한 행복감을 느꼈으리라 짐작됩니다. 주위에 ssanba님 같은 분이 많아지길 바라고, 성공을 빕니다.

  9. 드뎌 일냈음을 축하합니다. 할줄 알았어.. 물심양면 도와주겠다고 큰소리쳤는데 도움이 될라나 모르겠네… 여튼 잘하이소!!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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