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시야?"

엄마, 옷 사줘.
너를 팔아 사줄까?

이게 시란다. 한겨례 이미경 기자가 좋은 시라며 보내준…
좋은 시집이 나왔다며, 한권 사보라고 권한다. 

이 기자가 쓴 짧은 서평이다. 서평을 보고 맘을 굳혔다. "사 봐야 겠다"

강원도 사북 탄광마을에 오랜만에 옷장수가 찾아왔다. 6학년 명희가 엄마를 조른다. “엄마, 옷 사줘.”“너를 팔아 사줄까?” 가난한 살림에 입성 깔끔한 것은 호사 중의 호사다. 모녀의 대화는 덜고 보탤 것도 없이 <옷장수>라는 시가 됐다. 매일 아침 깜깜한 지하 탄광으로 들어가 “집에 올 때는 쓰껌헌 탄가루로 화장을 하고 오시는” 아빠는, 월급날에도 밀린 빚독촉에 시름을 덜 줄 모른다. “아버지 월급 콩알만 하네/아버지 월급 쓸 것도 없네.” 6학년 재옥이는 <아버지 월급>이라는 두 줄짜리 시로 현실을 절묘하게 간추린다.

 1997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임길택 선생님은 1980년대 초반, 강원도 탄광마을과 산골 분교 교사로 있으면서 아이들이 쓴 시를 문집으로 펴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아이들이 비뚤배뚤 쓴 몇 줄짜리 시가, 오지 마을을 소재로 한 어떤 신문기사보다 현실감 있고, 어떤 문학작품보다 감동적이었던 탓이다. 눈물 쏙 빠지게 웃기다가도 어느새 코 끝을 시큰하게 만드는 아이들의 노래가, 20여년만에 <아버지 월급 콩알만하네>(사북초교 어린이 시)와 <꼴찌도 상이 많아야 한다>(정선 봉정분교 어린이 시), 두 권의 책으로 우리 곁에 돌아왔다. 

 산골마을 아이들은 부모가 밭에 나간 사이 동생을 업어주고, 갓 태어난 송아지에게 몰래 배춧잎과 콩깍지를 넣어주며 자란다. 고추밭에서 고추보다 더 큰 명아주풀을 뽑느라 허리가 아프고, 모내기 할 때 모를 날라주는 ‘못강아지’가 하기 싫어 몸을 배배 꼬다가도 허리 못 펴고 일하는 엄마를 보며 마음을 다잡는다. 탄광마을 아이들은 주인집 아이들과 싸움박질이 예사다. “우리가 과자같은 게 있으면 같이 노는 척 하면서 과자를 빼앗아 먹지만, 지네들이 과자가 있으면 우리랑 같이 안노는” 주인집 아이들이 얼마나 밉상이겠는가. 20여년 전 “나도 크면 아버지처럼 광부가 되겠지”했던 6학년 우홍이는 지금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을  것이다. “농부나 거지가 되었으면 되었지 죽어도 광부는 되지 말라”셨다는 아버지 말씀을, 그는 그대로 따랐을까. 보리/각 권 8500원.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이게 시야?"”에 대한 한개의 댓글

댓글이 닫혀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