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 촛불대행진 그날의 풍경들

밀린 일들을 뒤로 하고 사무실을 나선 게 6시30분쯤. 뭔가에 이끌리 듯 카메라 가방 둘러메고 나오는데 함성 소리가 들린다. ‘벌써, 여기까지…’ 나와보니 노조 관련 단체가 떼를 지어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 어디긴, 시청앞이지.

‘이러다 근처에도 못 가는 것 아냐!!!’ 조급함이 발걸음을 재촉한다. 지하철로 한 정거장 거리인 지척이어서 좀 여유를 부렸는데 맘이 급해진다.
 
2008년 6월10일 다시 찾은 시청앞. 어디서 왔는지, 엄청난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또 모여들고 있다. 3일전 아들 녀석 손잡고 왔을 때와는 분위기도 사뭇 다르다. 깃발이 나부끼고 그 옛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운동가들이 울려퍼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 표정에도 비장감이 엿보인다.

카메라를 꺼내 들고 시청앞 잔디광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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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청앞으로 속속 몰려드는 사람들. 뚫려있는 길마다 연신 사람들을 쏟아내고 있다. 어, 이거 장난 아닌 걸. 빨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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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그런데 잔디광장의 풍경은 어째 이상하다. 사람들도 그리 많아 보이지 않고. 가까이 가 보니 보수단체들의 FTA 비준 촉구 집회다.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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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길을 돌려 사람들의 흐름에 휩쓸리 듯 따라갔다. 장소가 바뀌었단다. 사람들의 물결은 광화문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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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디광장 근처에서 현장 중계를 하는 진행자의 목소리가 흥분돼 있다. “엄청난 인파입니다. 오늘 대단한 일이 벌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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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디광장을 막 빠져나오려다 만난 낯익은 얼굴들. 카메라를 눌러대는 폼이 그럴 듯 해 보였는지(^^), 나를 향해 포즈도 취해줬다. 감사의 표시로 뜨거운 악수를 나누고 다시 청계광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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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헉, 큰길로 나와보니 이미 청계광장에서부터 덕수궁앞까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있다. ‘이걸 어떻게 뚫고 가나.’ 다시 맘이 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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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단앞을 향해 가면서도 계속 셔터를 눌러댔다. 각종 팻말과 구호들. 이제 낯익은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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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앞에 연단이 보인다. 어유, 저기까지 어떻게 가나. 저 앞에 가야 전체를 다 볼 수 있다. 아 그런데 오늘 도대체 얼마나 모이려나. 내 얘기를 들었는지,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 “여러분 지금 남대문까지 시민들로 가득찼습니다. 40만명의 시민이 모였습니다.” 으악, 40만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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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화면세점 근처까지 오니, 뭔가 서명을 받는 의원들도 보인다. 한 컷 누르고 다시 총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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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힘겹게 연단앞에 도착했다. 시국법회를 마치고 합류했다는 50여명의 스님들이 연단 바로 앞을 차지했다. 성직자들이 이런 집회장소에 모여있으면 왠지 더 비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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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양희은이네. 여기 왠일이지.’ 잠시후 연단 위에선 아침이슬이 울려퍼졌다. ‘그렇지 아침이슬이 빠지면 안되지.’ 양희은에 앞서 안치환의 ‘자유’가 울려퍼졌다. 한승수 총리를 쩔쩔매게 했다는 그 유명한(?) 고려대 여학생도 연단에 섰다. “이명박 대통령때문에 고려대 다닌 다는 게 창피했는데, 이제 자랑스럽습니다. 오늘 고려대는 압도적인 표로 동맹휴업을 결의하고 나왔습니다.” 목소리도 쩌렁쩌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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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단의 발언과 노래를 진지하고 재미있게 듣고 있는 사람들,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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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내 ‘촛불소녀’의 등장. 국악여고 1학년이란다. 아, 정말 말도 또박또박 잘한다. “저희들이 처음 모일때는 이렇게까지 될 줄 몰랐어요. 그런데 정말 고맙고 자랑스러워요.” 20년전 이날을 청년학도와 넥타이부대가 이끌었다면, 오늘은 촛불소녀와 대학생 언니, 유모차를 끌고 가세한 그들의 이모, 엄마가 주도했다. 주도세력의 차이는 집회의 양상도 분명히 다르게 만든 모양이다. 촛불소녀의 등장과 함께 촛불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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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단 앞으로 가지 못한 시민들은 연단 뒤에 마련된 대형 스크린으로 집회를 지켜봤다. 손에 손에 촛불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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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 가봐야 할 곳, 경찰이 쳐놨다는 그 컨테이너 장벽. 이순신 장군 동상으로 항햐다 보니, 광화문으로 통하는 작은 길도 버스로 막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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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까이서 보니 더욱 육중한 느낌이다. ‘오늘 이리로는 절대 못가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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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이곳을 ‘명박산성’이라 이름 붙였다. 진짜 산성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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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박산성’ 앞에서 시민들이 가장 많이 한 일은? 바로 ‘기념촬영’이다. 경찰은 ‘넘어올 생각 마, 다친다’고 으름장을 놓는 데 그 앞에서 천연덕스럽게 기념 촬영을 하는 사람들. 역사의 현장 순례라도 온 듯, 곳곳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진다. 나 원참,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진압할 수 있을까. 역사상 최강의 시위대라는 말이 실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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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쉬움을 뒤로 하고 집으로 향하는 도중 광화문 네거리 지하도에서 만난 풍경. 열심히 기사쓰고 있는 기자, 그리고 신기한 듯 뚫어져라 바라보는 아저씨. 지나는 사람들도 한마디씩 한다. “야. 기사 쓰나봐.” 주변이 소란한데도 기자는 미동도 없이, 연신 자판기만 두드린다. 마감이 임박한 모양이다.

집에 돌아와 TV를 켜니 방금 집회가 끝나고 거리행진이 시작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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