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

충정로로 이사온 지가 벌써 6개월이 넘었는데 걸어서 15분거리에 오래전 직장 동기 녀석이 근무하고 있다는 걸 이제서야 깨달았다. 그 마저도 녀석에게서 전화가 온 덕분에.

점심을 함께 하면서 옛 얘기 나누다가 “회사에서 이달달까지 희망퇴직자 신청을 받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IMF때도 살아남았는데, 이번에도 어떻게든 살아남아야지”하며 씁쓸한 표정을 짓는 데, 안쓰럽다. 회사 때문에 객지인 서울에 올라와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40대 중반의 직장인. 녀석은 남들 다 가고 싶어하는 서울에 오고 싶어하지 않았지만, ‘먹고 살자니’ 짐을 꾸렸다. 그게 6년쯤 전이다.

녀석의 회사는, (나도 다녔던 곳인데) 재벌기업 계열사였다가 IMF때 외국기업에 인수됐던 곳이다. 그러니까 외국계 회사다. 쇳물을 녹여대는 전통적인 제조업체다.

“너는 늘 살아남았잖아. 이번에도 멋지게 빠져나갈 거다. 걱정마라.”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겨우 덕담이라고 던진 말이다.

지난주엔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잃은 한 엔지니어가 회사를 찾아왔다. 블로터닷넷과도 남다른 친분(!)이 있는 그는 외국 본사의 구조조정으로 국내 지사에서도 정리가 있었고, 그 틈에 자신도 그만두게 됐다며 담담히 소식을 전했다. 이런, 회사를 떠난다는 소식을 이미 메일로 받았었는데, 그때는 ‘다른 곳으로 옮기는구나’ 생각했는데,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꽤 실력을 인정받고 있던 사람이었는데…

앞으로 어찌 살아야할 건지 목하고민중이라는 그는 이 참에 ‘1인 기업’으로 활동해 볼 까 하는 생각도 하는 모양이었다. 기술적인 커리어와 글쓰기 경험 등을 봤을 때 충분히 고려할 일이긴 하지만, 최근의 경제상황에서 충분한 경제적 보상이 따라 줄 지는 걱정이다. 뜻한 바대로 잘 됐으면 좋겠다.

지난 주 살을 에던 찬 바람이 물러갔나 싶었는데, 진짜 찬 바람은 이제 부턴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