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올림픽’이라는 ‘이매진컵 2007′에서 우리나라 대표팀 ‘엔샵605′가 6강 결승에 올랐다고 한다. 월드컵 관련 뉴스 형식을 빌면, ‘대한민국 사상 첫 결선진출…마의 16강벽 훌쩍넘은 쾌거’쯤 되겠다.
‘이매진컵(Imagine Cup)’이라는 것이 마이크로소프트가 주최하는 대회이긴 하지만, 세계 젊은이들이 소프트웨어 개발 솜씨를 뽐내는 유일한 국제 경진대회이니 만큼, 엔샵605팀의 결승 진출은 의미있는 소식이다.
역시 대한민국 개발자의 솜씨는 세계적이다. 말로만 ‘우리나라 개발자 최고다’가 아니라 실력으로 당당히 보여줬으니 말이다. 홈그라운드의 이점이니 배려니 하는 얘기도 나올 만 하겠지만, 말 그대로 그건 이점이다. 월드컵 4강신화도 홈에서 거둔 것이다. 그렇다고 깎아내릴 수 있겠는가.
늘 듣는 소리지만,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은 매우 우수하다고 한다. ‘코딩 실력은 최고지만, 아키텍트 수준의 전문 설계능력은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지만, 개발능력의 우수성에 대한 평가에서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자, 이제 국제 경진대회에서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결선에도 진출했고 내일이면 더 좋은 소식도 나올 지 모르겠다. ‘소프트웨어 강국 대한민국, 아싸’라도 해야 할 판인데, 비가 바람과 함께 몰아치는 날 사무실에서 꿀꿀한 생각을 해본다.
IT 업계 종사자라면, 최근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했던 ‘IT맨 내가 사직서를 쓴 이유’를 봤을 것이다. ‘어느 IT맨’이 쓴 사직 이유서는 여전히 화제가 되고 있다. 살인적인 노동환경,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숨막히는 관계를 겪다겪다 ‘지옥’같은 곳을 떠나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수당도 없는 야근과 철야의 연속, 대기업의 막무가내식 횡포와 아무 말없이 고개숙여야 하는 중소기업의 비애, 개발자를 소모품쯤으로 여기는 기업환경 등 자신이 겪은 그 지옥에 대한 묘사가 수많은 국내 개발자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보이지는 않지만 눈물 뚝뚝 떨어뜨리며 댓글을 단 개발자들의 모습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엔샵605′는 세종대 학생 4명이 꾸린 팀이다. 사진을 보니 표정들도 밝고 해맑다. 헌데, 난 그들의 표정에서 얼굴도 모르는 ‘어느 IT맨’을 떠올렸다. 오늘 날씨가 그래서 그런가 보다. 하늘에 온통 먹구름이 끼어있다. 엔샵605의 결선진출을 축하한다. 이들이 제2, 제3의 IT맨이 되서는 안되겠다. 누구의 몫인가.
국제기능올림픽이라는 게 있다. 내 기억에 용접, 금형, 목공 등을 겨루는 국제대회였고 우리는 늘 우승을 했던 것 같다. 찾아보니, 우리나라는 기능올림픽 14연패를 했다고 한다. 전무후무한 기록일 것이다. 하지만 용접, 금형, 목공에 대한 우리 사회의 생각은 어떨까. 우리는 늘 그렇게 ‘성적’에만 열광해왔다.
소프트웨어 강국 대한민국의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떠올린 하루였다. 주책맞게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