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득한 선배의 내방

가뜩이나 게으른 블로거가 트위터의 140자 통신에 맛들려 아예 블로그는 내팽개쳐 버리고 말았다. 쩝.

전자신문 초년병 기자 시절, 까마득한 데스크였던 선배가 사무실을 찾아오셨다. 초년병에겐 워낙 까마득한 대선배여서 가깝게 지낼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오가다 내 소식 듣고 물어물어 오셨다.

올초 논설주간을 끝으로 회사를 떠나 한동안 절에 다녀오셨단다. 건강이 좋지 않으셨던 기억이 난다. 건강해 보이신다고 했더니, 괜찮다시더니 대뜸 ‘블로그’ 얘기를 꺼내신다. 글 쓰는 것 밖에는 모르는 게 기자다. 오래하면 했을 수록, 그래서 기자 생활을 접게 되더라도 글에 대한 미련은 떠나질 않는다. 누군가 블로그를 권하더란다. 그리고 후배 중에 블로그 어쩌구를 하는 녀석이 있다고 내 얘기를 들으셨겠지.

조심스럽게 ‘블로그는 이런겁니다’ 설을 풀고, 하나 만들어 드리겠다고 했다. “주제와 카테고리를 정하고 제목을 고민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를 살펴보고 계시면, 블로그 하나 만들어서 연락드리겠다”고 했다.

선배라고 부르기도 버릇없어 보일까 걱정될 정도로 선배도 한 참 선배인데, 말을 놓지 않으신다. 민망했다.

책 두권을 놓고 가셨다. 하나는 절에 머물면서 생각나는 대로 정리한 <암자일기>, 또 하나는 전자신문 데스크로 시작해 편집국장, 논설주간을 지내온 자신의 회고록 같은 책 <기자 반성문>이다. 내가 한 때 몸담았던 친정같은 곳. 그 곳에서의 17년, 그 삶을 정리한 책이라 하신다. 그래서인지 먼저 손이 간다.

그러고 보니 선배로부터 받은 책이 한 권 더 있다. 아이뉴스24 김익현 부장이 새 책나왔다며 건네 준 번역서 <하이퍼텍스트 3.0>이다. 꼭 읽어보고 서평도 써보겠다 호기를 부렸지만, 책 두께에 기가 질려 손도 못대고 있었는데, 잘 됐다. 서열 순으로 읽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꼼짝못할 변명이 생기질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