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터닷넷] 9월6일, 취재를 당하다

10년 넘게 취재를 해왔다. 저쪽에서 마주하고 있는 상대에게 난 주로 질문을 던졌고, 상대는 대답을 했다. 그런데 처음으로 저쪽 자리에 앉아봤다. 그리고 질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충실히 답변을 해야 했다. 참, 어색했다. 

오늘 오후 한겨레신문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겨레 사옥 4층에 경제주간지 <이코노미21>의 이정환 기자가 나를 ‘저쪽’에 앉혀놓고, 물었다. 

"벤치마킹한 모델이 있느냐."
"오마이뉴스와는 뭐가 다른 거냐."
"수익모델이 뭐냐."

진땀을 흘리며 질문에 답했다. 그 꼴이 너무도 우스웠던지, 함께 동행했던 친구가 한 마디 했다. "취재만 하다 취재를 당하는 모습을 보니, 이게 바로 뉴스감이네." 그 친구는 유명한 블로거다. 자기 블로그에 이 모습을 써서 올려야 겠단다. 이런, 심플. 하긴, 난 취조를 당하는 게 이런 건가 싶었으니… 

사실 <이코노미21>은 내 전 직장이다. <이코노미21>의 전신인 <닷21>이 2000년 창간될 때 창간 멤버였다. 더구나 나를 ‘취조’하는 이정환 기자는 당시 창간멤버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기자이고, 함께 일했던 동료이자 후배였다. 

그는 현직 기자이면서 또 유명한 블로거다. 그가 운영하는 이정환닷컴(www.leejeonghwan.com)을 가 보시라. 어떤 친구인지 짐작이 될 것이다. ‘올해의 블로그’ 상을 받기도 했단다.(어디서 준 거였더라???) 더구나 ‘1인미디어 공동체’라는 컨셉의 사이트를 개인적으로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그 친구는 취재보다는 거의 취조였다. 꽤 깊숙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음, 얘기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몇번을 망설이다, 주섬주섬 답변을 했다. 그리고 바로 옆에서 들리는 말. "어, 그건 오프더레코드입니다. 거기까지 얘기하면 어떻게 해요. 기자 출신 맞아요.?" 

‘이 잔소리꾼을 내가 왜 데리고 왔을까…’ 눈 한번 흘기고 나서 바로, 
"어, 그래, 그 얘기는 우리 모델의 핵심이고 아직 공개할 수 없는 거니까. 좀 참아줘라."

그래도 이건 나았다. 사진기자에 이끌려, 이런 포즈, 저런 포즈, 어색한 웃음 짓는 기분은 으… 끔찍했다. 하지만, 블로터닷넷을 널리 알리기 위한 일이니 겅중겅중 뛰라면 뛰어야지.^^

진땀나는 경험이었지만, 기분은 좋았다. 블로터닷넷에 대해 벌써부터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 아닌겠는가 생각하면 말이다. 

좋은 소식이 또 있다.

블로그 포털로 유명한 올블로그(www.allblog.net)에 블로터닷넷에 대한 얘기가 올라갔다. 1인미디어 뉴스 공동체가 떴다는 소식이 블로거라면 다 모인다는 올블로그에 올라, 실시간 인기글 1위에 등극(^^)하는 영광을 안았다. 지금도 추천글 상위에 랭크돼 있다. 

오픈 첫날부터 미디어오늘에서 취재를 당한 것 까지 치면, 아주 고무적인 소식 아닌가. 이 기쁜 소식들을 블로터닷넷 식구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기쁜 소식은 다른 것이다. 이런 전화가 왔다. 

"블로터닷넷에 광고 올리고 싶은데, 가격이 어떻게 되나요?" 
오픈 이틀만에 말이다. 

<미디어오늘에 난 블로터 출범 기사>

[블로터닷넷] 9월5일 12시간의 비망록

0시.

"아니 이게 왜 이렇지, 화면에 우주 문자가 난무하네…"
"다른 사람도 그런 가 살펴봐."
"어, 난 괜찮은데…"

"선배, 올라왔던 기사 하나가 사라졌는데요."
"기사가 왜 사라져. 꼼꼼이 살펴봐."
"진짠데요. 없어요. 섹션 구분에는 있는데…"
"헤드라인 more 기능 없애기로 하면서, 착오가 있었던 모양이다. 개발팀에 빨리 연락해."

"메일은 아직 안되나요. 이상하네."
"다른 사람들도 그런지 확인해보고, 호스팅 업체에 확인해봐."

뭐, 대충 이런 식이었다. 그렇게 새벽으로 가고 있었다. 계속 개발팀과 핫라인을 열어놓고 점검, 또 점검.


03시.

"이제 ip를 열까요. 마무리가 된 것 같은데요."
"아, 한 가지만 더, 우측 하단에 빈자리가 아무리 봐도 좀 썰렁한 것 같아요. 빈자리를 좀 채우죠."
"예, 그럼 그렇게 하고 열도록 하죠."
"그럽시다. 마지막까지 수고 좀 해주세요. 이쪽에서도 계속 체크하고 연락드리겠습니다."

개발팀과 마지막(?) 통화후 그렇게 블로터닷넷이 세상에 공개됐다. 음… 


05시.

"개발팀이죠. 일단 현재까지는 별 문제 없는 것 같은데 잠시 샤워 좀 하고 와도 되겠죠."
"예. 여기서 계속 체크하고 있으니까, 특별한 일 있으면 연락드리죠."

집이 사무실에서 좀 가까운 편이다. 들어가, 뜨거운 물 끼얹고 다시 컴퓨터 앞으로 쪼르르. 이것 저것 보고 또 보다가, 아뿔싸 깜빡 잠이 들었다.

07시13분.

"아이쿠, 이런. 몇시야, 7시13분. 헉"

부랴부랴 옷 주워입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급한 맘만큼이나 자전거 페달도 빠르게 돌았다. 바람은 상쾌했다. 가을이었다. 불혹의 가을.

08시.

"어, 화면이 또 이러네. 왜, 우주문자지."
"여전히 그래? 그럼 큰일이잖아. 왜 그러는 거야."
"…"
"그거 브라우저 인코딩 한 번 봐."
"어, 이게 서유럽으로 돼 있네. 이런… 죄송합니다."
"으이구"

"그런데 내건 또 왜 이러냐. 웹사이트 홈페이지 주소가 왜 자꾸 바뀌어있나. 분명히 바꿔놨는데… 우리 사이트 이상한 거 아니에요."
"야, 너 스파이웨어 잡는 거 안깐 거 아냐."
"어, 그런가. 어디. 어, 그렇네. 이제 괜찮네. ㅎㅎ"

이렇게 놀라고, 다시 가슴을 쓸어내리며 마지막 한시간을 보냈다. 9시 출근 시간을 사실상의 D데이로 잡았었다. 

08시45분.

"똑똑, 수고 많으셨네요."
"아, 예. 고맙습니다. 관심갖고 봐 주셔서… 어떤 것 같습니까."
"깔끔하고 보기 좋은데요. 고생 많이 하셨어요."

첫 외부 반응. 메신저였다. "음…"

09시10분.

"우와, 이런 거 만들려고 그동안 그렇게 숨어있었나요."
"아직 많이 부끄럽습니다."
"어유, 좋은데요. 성공하실 겁니다. 감축드립니다."
"예, 정말 고맙습니다."

또 다시 메신저. 역시 아이티 세상이군. "혹시 또 모르니까, 계속 체크들 해보자."

"이거 아무리 봐도 폰트가 좀 이쁘지 않은데요 좀 바꾸는 게 어떨까요."
"영원한 베타 버전이라고 생각하자. 아직 우리 아이디어 절반도 구현 못했잖냐. 너무 조급해하지 말자."



10시20분.

"똑똑." 또 메신저다.

"왜 싼바의 열하일기는 텅 비어있나요."
"아, 예. 잔뜩 기대하게 만들려구요. ㅋㅋ."
"ㅎㅎ. “고생하셨어요. 깔끔하고 좋은데요."
"감사합니다. 소문좀 많이 내주세요."

아직까지 반응은 좋다. 그런데…

"어이. 나다. 지금 막 보고 있다. 이거 왜 이러냐."
"어, 형. 왜요."
"사이트가 너무 가벼워 보여. 좀 진중한 맛이 없는데."
"그런가요."
"그래, 컨셉도 좋고, 컨텐츠도 괜찮아 보이는데, 사이트가 좀…"
"그래요. 계속 지켜봐주세요. 저희도 여론 수렴 계속 할게요."
"그래, 그것도 그거지만, 일단 오픈 하는 것은 축하하는데. 범아, 진짜루 비즈니스를 하는 거라면, 맘 독하게 먹어야 한다. 니가 한다니까, 정말 축하하고 잘 됐으면 좋겠는데, 내가 니 성격 잘 않잖냐. 내가 다 불안하다."
"무슨 얘긴지 알았어요. 고마워요."
"그래, 알았으면 됐고. 일단 나도 블로터로 가입했다. 고생해라."

대체로 블로터닷넷을 시작했다는 얘기를 하면, 내게 돌아오는 주변의 반응은 비슷했다. 딱 2가지로 확연히 구분된다. 하나는 분에 넘치는 칭찬이다. 그걸 쓰자니, 좀 그렇고. 다른 하나는 "글세 다 좋은데, 사람이 너무 유해서 그게 걱정이네. 그냥 기자면 모르겠는데, 비즈니스라고 하면 좀 다른데…"

‘유하다’는 표현도 사실 좋게 말해 준 거다. ‘나이브하다’, ‘감상적이다’, ‘여전히 철이없다.’ ‘융통성이 없다. 뭐, 대충 이런 말인 게다. 음. 맞는 얘기다. 어쩌나. 확 바뀌어야 하나. 어떻게 바꾸지. 하여튼 뭔 말인지 알겠다. 선배들의 애정어린 조언이니 새겨듣자.

"똑똑". 또 메신저다. 정말 메신저 세상이다.

11시30분.

‘딸깍’. 이번엔 메일이 주르르 떨어진다.

"우와, 멋진데요. 고생많으셨습니다."
"어찌 이런 깜찍^^한 아이디어를…"
"축하합니다…김 사장님 ㅎㅎ 이렇게 불러도 되나요…"

"어, 데스크 블로터 기사가 하나 올라왔네. 어, 박 이사님 이시군."
"어이쿠, 이런 편집기에 이런 오류가 있었네… 아니, 어떻게 이걸 몰랐지."
"개발팀이죠…"


12시35분.

"일단 먹고 합시다. 오늘은 뭘 먹나."
"전, 도시락 싸왔는데요. 다녀오시죠."
"헉, 도시락을 싸왔어. 밥먹으로 나가는 시간도 아깝다 이거지. 훌륭한 자세야."
"그게 아니구요. 점심값 아낄려구 그래요."
"왜, 점심값이 없어?"
"아유, 참. 월급 많이 달라고 시위 하는 거잖아요. 나 원, 이렇게 감이 떨어져서야…ㅉㅉ"
"허허…"

‘나쁜 놈. 오픈하자마자, 월급 타령이네. 어디 두고보자. 헉, 이런, 나도 어느새…’

그래도 여유가 좀 생긴 모양이다. 다들. 그래, 우리도 도시락 시켜 먹자.

13시30분.

"당신이야. 반응은 좀 어때. 회원 많이 가입했어?"
"아직 좀 더 봐야지. 점심은 먹었나?"
"응. 처음부터 너무 욕심내지 말고. 고생했어요."
"그래, 고맙다."

마누라의 축하 인사를 끝으로 창간 첫 날 오전이 마무리 됐다. 한숨 돌려도 되려나…

"저 안군데요. 2시까지 기획기사 2부 날릴게요. 바로 처리해서 올려주세요."

아, 이제 시작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