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빛을 이긴 적이 없다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오늘 이 자리는 국민이 주인임을 확인하는 자리입니다. 오늘 저희들의 기도가 반드시 이루어져서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신명나는 삶을 사는 출발점이 되길 기도합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 각료들, 그리고 한나라당의 교만과 무지를 탄식하면서 그들의 병든 양심을 교회의 이름으로 엄중하게 꾸짖고자 합니다.

아울러 이 땅에 하느님 나라를 선포해야 하는 사제의 양심에 따라 오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점을 경고합니다.

국제적 망신을 일으킨 졸속협상이나마 정부의 주장대로 이에 복종하는 것이 한미FTA 체결 조건에 유리하고, 그래서 자유무역이 혹시 경제지수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억측이 설령 옳다고 가정해도 그 결과는 이미 굳어질 대로 굳어진 양극화 현상을 더욱 극단으로 몰고 갈 것이라는 게 교회의 판단입니다.

결국 정부는 불행한 미래를 강요하는 수단으로 공권력을 악용하여 국민의 통곡과 신음을 억지로 틀어막고 있습니다.

촛불은 안으로는 내면의 욕심을 불태우고, 밖으로는 어둠을 밝히는 평화의 수단입니다. 저마다 마음을 비우고 맑게 하여 지친 세상을 위로하고 서로에게 빛이 됩시다.

어둠이 빛을 이긴 적은 없습니다.

 

신부님, 고맙습니다.  

6.10 촛불대행진 그날의 풍경들

밀린 일들을 뒤로 하고 사무실을 나선 게 6시30분쯤. 뭔가에 이끌리 듯 카메라 가방 둘러메고 나오는데 함성 소리가 들린다. ‘벌써, 여기까지…’ 나와보니 노조 관련 단체가 떼를 지어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 어디긴, 시청앞이지.

‘이러다 근처에도 못 가는 것 아냐!!!’ 조급함이 발걸음을 재촉한다. 지하철로 한 정거장 거리인 지척이어서 좀 여유를 부렸는데 맘이 급해진다.
 
2008년 6월10일 다시 찾은 시청앞. 어디서 왔는지, 엄청난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또 모여들고 있다. 3일전 아들 녀석 손잡고 왔을 때와는 분위기도 사뭇 다르다. 깃발이 나부끼고 그 옛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운동가들이 울려퍼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 표정에도 비장감이 엿보인다.

카메라를 꺼내 들고 시청앞 잔디광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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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청앞으로 속속 몰려드는 사람들. 뚫려있는 길마다 연신 사람들을 쏟아내고 있다. 어, 이거 장난 아닌 걸. 빨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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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그런데 잔디광장의 풍경은 어째 이상하다. 사람들도 그리 많아 보이지 않고. 가까이 가 보니 보수단체들의 FTA 비준 촉구 집회다.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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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길을 돌려 사람들의 흐름에 휩쓸리 듯 따라갔다. 장소가 바뀌었단다. 사람들의 물결은 광화문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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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디광장 근처에서 현장 중계를 하는 진행자의 목소리가 흥분돼 있다. “엄청난 인파입니다. 오늘 대단한 일이 벌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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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디광장을 막 빠져나오려다 만난 낯익은 얼굴들. 카메라를 눌러대는 폼이 그럴 듯 해 보였는지(^^), 나를 향해 포즈도 취해줬다. 감사의 표시로 뜨거운 악수를 나누고 다시 청계광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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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헉, 큰길로 나와보니 이미 청계광장에서부터 덕수궁앞까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있다. ‘이걸 어떻게 뚫고 가나.’ 다시 맘이 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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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단앞을 향해 가면서도 계속 셔터를 눌러댔다. 각종 팻말과 구호들. 이제 낯익은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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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앞에 연단이 보인다. 어유, 저기까지 어떻게 가나. 저 앞에 가야 전체를 다 볼 수 있다. 아 그런데 오늘 도대체 얼마나 모이려나. 내 얘기를 들었는지,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 “여러분 지금 남대문까지 시민들로 가득찼습니다. 40만명의 시민이 모였습니다.” 으악, 40만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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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화면세점 근처까지 오니, 뭔가 서명을 받는 의원들도 보인다. 한 컷 누르고 다시 총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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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힘겹게 연단앞에 도착했다. 시국법회를 마치고 합류했다는 50여명의 스님들이 연단 바로 앞을 차지했다. 성직자들이 이런 집회장소에 모여있으면 왠지 더 비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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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양희은이네. 여기 왠일이지.’ 잠시후 연단 위에선 아침이슬이 울려퍼졌다. ‘그렇지 아침이슬이 빠지면 안되지.’ 양희은에 앞서 안치환의 ‘자유’가 울려퍼졌다. 한승수 총리를 쩔쩔매게 했다는 그 유명한(?) 고려대 여학생도 연단에 섰다. “이명박 대통령때문에 고려대 다닌 다는 게 창피했는데, 이제 자랑스럽습니다. 오늘 고려대는 압도적인 표로 동맹휴업을 결의하고 나왔습니다.” 목소리도 쩌렁쩌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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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단의 발언과 노래를 진지하고 재미있게 듣고 있는 사람들,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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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내 ‘촛불소녀’의 등장. 국악여고 1학년이란다. 아, 정말 말도 또박또박 잘한다. “저희들이 처음 모일때는 이렇게까지 될 줄 몰랐어요. 그런데 정말 고맙고 자랑스러워요.” 20년전 이날을 청년학도와 넥타이부대가 이끌었다면, 오늘은 촛불소녀와 대학생 언니, 유모차를 끌고 가세한 그들의 이모, 엄마가 주도했다. 주도세력의 차이는 집회의 양상도 분명히 다르게 만든 모양이다. 촛불소녀의 등장과 함께 촛불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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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단 앞으로 가지 못한 시민들은 연단 뒤에 마련된 대형 스크린으로 집회를 지켜봤다. 손에 손에 촛불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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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 가봐야 할 곳, 경찰이 쳐놨다는 그 컨테이너 장벽. 이순신 장군 동상으로 항햐다 보니, 광화문으로 통하는 작은 길도 버스로 막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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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까이서 보니 더욱 육중한 느낌이다. ‘오늘 이리로는 절대 못가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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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이곳을 ‘명박산성’이라 이름 붙였다. 진짜 산성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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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박산성’ 앞에서 시민들이 가장 많이 한 일은? 바로 ‘기념촬영’이다. 경찰은 ‘넘어올 생각 마, 다친다’고 으름장을 놓는 데 그 앞에서 천연덕스럽게 기념 촬영을 하는 사람들. 역사의 현장 순례라도 온 듯, 곳곳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진다. 나 원참,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진압할 수 있을까. 역사상 최강의 시위대라는 말이 실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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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쉬움을 뒤로 하고 집으로 향하는 도중 광화문 네거리 지하도에서 만난 풍경. 열심히 기사쓰고 있는 기자, 그리고 신기한 듯 뚫어져라 바라보는 아저씨. 지나는 사람들도 한마디씩 한다. “야. 기사 쓰나봐.” 주변이 소란한데도 기자는 미동도 없이, 연신 자판기만 두드린다. 마감이 임박한 모양이다.

집에 돌아와 TV를 켜니 방금 집회가 끝나고 거리행진이 시작됐다고 한다.

촛불문화제 다녀오다

주말에 촛불집회, 아니 촛불문화제를 다녀왔다. 아이 손잡고 아내와 함께… 집회나 시위라면 제법 경험(?)이 있는 세대지만, 이건 시위나 데모가 아니라 어엿한 문화제였다. 서울 한복판에서 거대한 장터가 열린 듯 했다. 그날의 풍경을 사진으로 담았다. 얼마 전 DSLR을 무리해서 샀는데, 이날 따라 지름신이 그리도 고마울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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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 들어서자마자 마주친 안티조선 선전물들.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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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의 주장을 담은 현수막과 피켓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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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까지 준비해 온 사람들. 2박3일 집회였으니 잠자리도 필요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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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도장을 찍어 서명을 받는 곳. 아이들이 무척이나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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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앞 잔디광장에선 공연이 한창. 흥겨운 무대가 계속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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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 서명, 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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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앞은 전국 시민단체들의 박람회가 열린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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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퍼포먼스가 없어서는 안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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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교수는 연예인 부럽지 않은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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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서 취재진의 인터뷰가 끊이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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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겐 마냥 즐거운 축제,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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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유모차 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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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엄마와 함께 아이들도 참 많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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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양반도 사진 찍느라 정신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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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현장 취재열기. 누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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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기념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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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7시 집회 시작은 덕수궁 대한문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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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서울광장, 엄청난 시민이 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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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공연은 끊이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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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도 오셨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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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광장도 어느새 꽈악꽈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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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시위도중 다친 친구를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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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반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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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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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은 서명인파가 몰린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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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집회 참가자는 늘어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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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촛불이 하나 둘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6월10일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또 어떤 문화제를 만들어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