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빛을 이긴 적이 없다

  • Posted at 2008/07/01 08:07   by 김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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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오늘 이 자리는 국민이 주인임을 확인하는 자리입니다. 오늘 저희들의 기도가 반드시 이루어져서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신명나는 삶을 사는 출발점이 되길 기도합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 각료들, 그리고 한나라당의 교만과 무지를 탄식하면서 그들의 병든 양심을 교회의 이름으로 엄중하게 꾸짖고자 합니다.
아울러 이 땅에 하느님 나라를 선포해야 하는 사제의 양심에 따라 오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점을 경고합니다.

국제적 망신을 일으킨 졸속협상이나마 정부의 주장대로 이에 복종하는 것이 한미FTA 체결 조건에 유리하고, 그래서 자유무역이 혹시 경제지수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억측이 설령 옳다고 가정해도 그 결과는 이미 굳어질 대로 굳어진 양극화 현상을 더욱 극단으로 몰고 갈 것이라는 게 교회의 판단입니다.

결국 정부는 불행한 미래를 강요하는 수단으로 공권력을 악용하여 국민의 통곡과 신음을 억지로 틀어막고 있습니다.

촛불은 안으로는 내면의 욕심을 불태우고, 밖으로는 어둠을 밝히는 평화의 수단입니다. 저마다 마음을 비우고 맑게 하여 지친 세상을 위로하고 서로에게 빛이 됩시다.




어둠이 빛을 이긴 적은 없습니다.
 

신부님, 고맙습니다.  


6.10 촛불대행진 그날의 풍경들

  • Posted at 2008/06/11 09:02   by 김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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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린 일들을 뒤로 하고 사무실을 나선 게 6시30분쯤. 뭔가에 이끌리 듯 카메라 가방 둘러메고 나오는데 함성 소리가 들린다. '벌써, 여기까지...' 나와보니 노조 관련 단체가 떼를 지어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 어디긴, 시청앞이지.

'이러다 근처에도 못 가는 것 아냐!!!' 조급함이 발걸음을 재촉한다. 지하철로 한 정거장 거리인 지척이어서 좀 여유를 부렸는데 맘이 급해진다.
 
2008년 6월10일 다시 찾은 시청앞. 어디서 왔는지, 엄청난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또 모여들고 있다. 3일전 아들 녀석 손잡고 왔을 때와는 분위기도 사뭇 다르다. 깃발이 나부끼고 그 옛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운동가들이 울려퍼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 표정에도 비장감이 엿보인다.

카메라를 꺼내 들고 시청앞 잔디광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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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청앞으로 속속 몰려드는 사람들. 뚫려있는 길마다 연신 사람들을 쏟아내고 있다. 어, 이거 장난 아닌 걸. 빨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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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그런데 잔디광장의 풍경은 어째 이상하다. 사람들도 그리 많아 보이지 않고. 가까이 가 보니 보수단체들의 FTA 비준 촉구 집회다.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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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길을 돌려 사람들의 흐름에 휩쓸리 듯 따라갔다. 장소가 바뀌었단다. 사람들의 물결은 광화문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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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디광장 근처에서 현장 중계를 하는 진행자의 목소리가 흥분돼 있다. "엄청난 인파입니다. 오늘 대단한 일이 벌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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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디광장을 막 빠져나오려다 만난 낯익은 얼굴들. 카메라를 눌러대는 폼이 그럴 듯 해 보였는지(^^), 나를 향해 포즈도 취해줬다. 감사의 표시로 뜨거운 악수를 나누고 다시 청계광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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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헉, 큰길로 나와보니 이미 청계광장에서부터 덕수궁앞까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있다. '이걸 어떻게 뚫고 가나.' 다시 맘이 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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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단앞을 향해 가면서도 계속 셔터를 눌러댔다. 각종 팻말과 구호들. 이제 낯익은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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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앞에 연단이 보인다. 어유, 저기까지 어떻게 가나. 저 앞에 가야 전체를 다 볼 수 있다. 아 그런데 오늘 도대체 얼마나 모이려나. 내 얘기를 들었는지,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 "여러분 지금 남대문까지 시민들로 가득찼습니다. 40만명의 시민이 모였습니다." 으악, 40만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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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화면세점 근처까지 오니, 뭔가 서명을 받는 의원들도 보인다. 한 컷 누르고 다시 총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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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힘겹게 연단앞에 도착했다. 시국법회를 마치고 합류했다는 50여명의 스님들이 연단 바로 앞을 차지했다. 성직자들이 이런 집회장소에 모여있으면 왠지 더 비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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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양희은이네. 여기 왠일이지.' 잠시후 연단 위에선 아침이슬이 울려퍼졌다. '그렇지 아침이슬이 빠지면 안되지.' 양희은에 앞서 안치환의 '자유'가 울려퍼졌다. 한승수 총리를 쩔쩔매게 했다는 그 유명한(?) 고려대 여학생도 연단에 섰다. "이명박 대통령때문에 고려대 다닌 다는 게 창피했는데, 이제 자랑스럽습니다. 오늘 고려대는 압도적인 표로 동맹휴업을 결의하고 나왔습니다." 목소리도 쩌렁쩌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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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단의 발언과 노래를 진지하고 재미있게 듣고 있는 사람들,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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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내 '촛불소녀'의 등장. 국악여고 1학년이란다. 아, 정말 말도 또박또박 잘한다. "저희들이 처음 모일때는 이렇게까지 될 줄 몰랐어요. 그런데 정말 고맙고 자랑스러워요." 20년전 이날을 청년학도와 넥타이부대가 이끌었다면, 오늘은 촛불소녀와 대학생 언니, 유모차를 끌고 가세한 그들의 이모, 엄마가 주도했다. 주도세력의 차이는 집회의 양상도 분명히 다르게 만든 모양이다. 촛불소녀의 등장과 함께 촛불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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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단 앞으로 가지 못한 시민들은 연단 뒤에 마련된 대형 스크린으로 집회를 지켜봤다. 손에 손에 촛불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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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 가봐야 할 곳, 경찰이 쳐놨다는 그 컨테이너 장벽. 이순신 장군 동상으로 항햐다 보니, 광화문으로 통하는 작은 길도 버스로 막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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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까이서 보니 더욱 육중한 느낌이다. '오늘 이리로는 절대 못가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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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이곳을 '명박산성'이라 이름 붙였다. 진짜 산성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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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박산성' 앞에서 시민들이 가장 많이 한 일은? 바로 '기념촬영'이다. 경찰은 '넘어올 생각 마, 다친다'고 으름장을 놓는 데 그 앞에서 천연덕스럽게 기념 촬영을 하는 사람들. 역사의 현장 순례라도 온 듯, 곳곳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진다. 나 원참,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진압할 수 있을까. 역사상 최강의 시위대라는 말이 실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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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쉬움을 뒤로 하고 집으로 향하는 도중 광화문 네거리 지하도에서 만난 풍경. 열심히 기사쓰고 있는 기자, 그리고 신기한 듯 뚫어져라 바라보는 아저씨. 지나는 사람들도 한마디씩 한다. "야. 기사 쓰나봐." 주변이 소란한데도 기자는 미동도 없이, 연신 자판기만 두드린다. 마감이 임박한 모양이다.

집에 돌아와 TV를 켜니 방금 집회가 끝나고 거리행진이 시작됐다고 한다.




촛불문화제 다녀오다

  • Posted at 2008/06/09 09:52   by 김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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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촛불집회, 아니 촛불문화제를 다녀왔다. 아이 손잡고 아내와 함께... 집회나 시위라면 제법 경험(?)이 있는 세대지만, 이건 시위나 데모가 아니라 어엿한 문화제였다. 서울 한복판에서 거대한 장터가 열린 듯 했다. 그날의 풍경을 사진으로 담았다. 얼마 전 DSLR을 무리해서 샀는데, 이날 따라 지름신이 그리도 고마울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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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 들어서자마자 마주친 안티조선 선전물들.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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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의 주장을 담은 현수막과 피켓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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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까지 준비해 온 사람들. 2박3일 집회였으니 잠자리도 필요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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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도장을 찍어 서명을 받는 곳. 아이들이 무척이나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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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앞 잔디광장에선 공연이 한창. 흥겨운 무대가 계속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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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 서명, 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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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앞은 전국 시민단체들의 박람회가 열린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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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퍼포먼스가 없어서는 안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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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교수는 연예인 부럽지 않은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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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서 취재진의 인터뷰가 끊이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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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겐 마냥 즐거운 축제,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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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유모차 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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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엄마와 함께 아이들도 참 많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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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양반도 사진 찍느라 정신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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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현장 취재열기. 누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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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기념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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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7시 집회 시작은 덕수궁 대한문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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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서울광장, 엄청난 시민이 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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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공연은 끊이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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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도 오셨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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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광장도 어느새 꽈악꽈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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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시위도중 다친 친구를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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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반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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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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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은 서명인파가 몰린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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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집회 참가자는 늘어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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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촛불이 하나 둘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6월10일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또 어떤 문화제를 만들어낼까.


내 생애 첫 DSLR

  • Posted at 2008/05/11 11:34   by 김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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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신'의 강력한 유혹을 거의 석달여 힘겹게 버텨왔는데, 초절정 필살기 '무이자 10개월'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손을 들었다.

그렇게 해서 내게 도착한 DSLR 카메라. 어찌됐건 이제 녀석과 동고동락할 생각을 하니 머릿속이 부산하다.

어설프게나마 사진을 찍어보면서 '순간의 미학'이라는 그 세상에 마력같은 매력을 느꼈다. 세상의 모든 물체는 결코 멈추어 있지 않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됐고, 움직임을 정지시켜 보여주는 사진은 또 다른 세상을 만나는 기쁨을 알게했다.

사진에 제목을 붙이는 일은, 새롭게 만든 세상에 이름을 달아주는 창조주의 흥분이 이랬을 까 싶을 정도로 짜릿한 일이라는 걸 알게됐다. 나아가 생각과 느낌 그대로 세상을 정지시키는 것은 좀 더 공부를 해야겠지만 그렇게 될 수 있을 때까지 한번 도전해보련다.

3년여를 함께 해온 '똑딱이'로 녀석의 자태를 담아봤다.




김광석, 그가 그리운 오후에

  • Posted at 2008/02/14 16:05   by 김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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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투

마지막 추위가 매섭던 날, 해가 저물어서야 들른 사무실. 책상위에 쌓인 우편물 더미속에 유독 눈에 띈 봉투. 모양새를 보니 책이다. 가방을 풀고 앉아 한숨 돌리며 내용물을 꺼내드니, 역시 책이다. 나도 모르게 가슴속에서 소리가 울린다. '아!'

그가 보낸 책이다. '스르륵' 습관처럼 책을 훑어내리니 온통 흑백이다.  "드디어 나왔구나"

# 우연

6개월은 좀 더 된 것 같고 1년은 좀 안된 것 같다. 홍대근처 노래방에서 우연히 그를 만난 게. 오랜만에 직장 후배들과 함께 2차로 들른 그 곳에서, 역시 동료들과 2차를 하던 그를 만났다. 통로를 사이에 두고 우리방 건너편에 그와 그의 동료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사진작가 임종진'. 어느새 우리방에 들어온 그와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다 그가 건네준 명함에 찍힌 그의 직업. 사진기자로 알고 있던 그에게 사진작가란 타이틀이 더 어울린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돌고돌던 마이크가 그와의 대화를 가로막았고, 그는 김광석을 눌렀다. "역시 김광석이군요." 잠시 쉬는 사이 던진 말에 그는 웃으며 말했다. "형 사진들 모아서 책을 하나 준비중이에요. 나오면 하나 보내드릴게요."

#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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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진을 알게된 건 2000년쯤 이었던 것 같다. 그와 특별히 진한 교류를 나눈 기억은 없다. 내 아는 후배와 그와의 인연 덕분에 인사를 하게됐고 가끔 자리를 함께 했을 뿐, 그에 대해 아는 것도 별로 없다. 사진기자라는 것 외에는 말이다. 하지만 그를 생각하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것이 있다. '김광석'이다. 지독한 김광석 팬이라는 얘기를 우연히 들었는게, 그 기억은 늘 또렷했다. 김광석의 공연장에는 늘 그가 있었으며 그동안 찍은 사진이 엄청나다는 얘기를 말이다. 그래서 가끔 그의 이름이나 사진을 신문이나 잡지에서 만나게되면 여지없이 김광석도 떠올랐다.  

지난 1월 김광석 추모 10주년 행사 소식을 들었다. TV뉴스에서다. 사진전이 열린다는 소식도 있었다. 당연히 임종진을 떠올렸다. "그래, 맞아. 책도 나왔겠구나. 하나 보내준다더니..."

# 오후

 그리고 마침내 도착했다. 잊지않은 마음이 고맙다. <김광석, 그가 그리운 오후에> 제목이 좋다. 책장을 하나둘 넘길 때 마다 김광석의 노래가 울린다. 사진집인가 했더니, 사진과 함께 한 에세이다. 사진작가라더니 글이 사진 못지 않다. 사진과 함께 작가는 김광석과 함께해온 시간과 삶을 털어놓고 있다. 길을 걷다 음반가게에서 틀어놓은 노래를 듣고 '김광석'이라는 이름을 알게 된 일, 홍대앞 클럽에서 우연히 '광석이 형'을 만나 인사를 나눈 사연, 이후 맺어진 인연의 고리들이 하나둘 이어진다. 

김광석, 나도 그를 좋아한다.
허나, 책장을 넘길때마다 그 좋아함이 자꾸 작아진다. 글쓴이가 김광석을 생각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도 큰 탓이다. LP판과 CD를 모두 꺼내놓고 번갈아가며 끊김없이 김광석의 모든 노래를 이어듣는다. 대낮부터 시작해서 한밤중이면 끝난단다. 작가는 이것을 '은밀히 즐기는 놀이'라고 하다니.

책은 '한 남자의 지독한 사랑이야기'이다. 하지만 그 사랑 얘기는 모두가 사랑한, '우리'의 형 김광석에 대한 아스라한 추억이다. 가슴을 울렸던 김광석의 노래를 그리워하는 많은 이들에게, 책은 고스란히 나의 사랑이야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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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광석이 형이 우리의 삶과 행복을 노래했다고 한다. 그랬다. 그는 우리의 삶을 노래했다. 너무도 고스란히 노래해서 가슴을 시리게 만들었다. 그러다 복받치면 울어야 했다. 그렇게 울려놓고서 그는 위안을 주었다. 아프지만 속 시원한 울림으로 말이다.

# 책

책읽는 속도가 느린 편인데, 이 책은 평소보다 더 오래 내 주변에 머물 것 같다. 생각날 때 마다 꺼내놓고 노래도 들어야겠다.

책을 사면 1%의 인세가 아름다운재단에 기부된단다. 그의 사진을 구매할 수도 있는데, 수익금은 캄보디아 아이들을 위해 쓰인다. 

랜덤하우스에서 펴냈고, 1만3천원이다.




홀로 남은 이 공간

  • Posted at 2008/02/05 15:08   by 김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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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시간까지 아직 한참 남은 것 같은데, 사무실이 텅 비었다.

홀로 남은 공간.
꽤 즐기던 느낌이었는데, 오랜만에 만끽한다.

아주 오래전 추억으로부터 덜렁 댓글이 달렸다.
옛일을 잠시 떠올려본다. 부끄럽다.

방금 떠난 친구같고 형님같고 동생같은 그는,
하이데거와 융을 들먹이며 '나'와 '자기'를 이야기했다.
연휴끝나고 다시 시작해보자며
아내의 화장품까지 챙겨 준다. 고맙다.

마지막 액땜이라도 하듯 몸살이 지독하다.
이제 그도 떠나려나 보다.
 
다른 이를 맞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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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안개, 그리고 표정관리

  • Posted at 2008/01/08 00:00   by 김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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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우시면 코드를 벗으세요."
덥다니, 한 겨울에.
그런데 진짜 땀이 쏟아진다. 이제 익숙해질 때도 됐는데.
 
"무슨 고민 있어요?"
조심스레 물어보는데, 뭐 딱히 고민이랄 게 있나.
별로 좋은 기분은 아니긴 하다만.

표정관리 안되는 게 영 마땅치않은 오늘이었다.

돌아오는 길, 안개 더미를 만났다.
겨울 안개.
표정관리는 안개처럼 안되는 걸까.

안개의 유혹이다. 한참 지름신이 올라있는 나.
찍어봐도 눌러봐도 영 아니다.
"그래, 역시 카메라 탓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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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국시집

  • Posted at 2007/12/22 19:16   by 김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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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배기로 시킬까...ㅎㅎ

지금은 정치권에서 일하고 있는 옛 직장 후배녀석이 내게 붙여준 두가지 별명이 있다. 하나는 블로그 필명으로 쓰고 있는 '싼바'고 또 하나가 '상면'이다. 국수를 이리도 좋아하는 사람 처음 보겠다며 이름 맨 뒤에 '면'자를 붙여 부르곤 했다.
 
국수 싫어하는 사람 별로 못봤다. 우리 식구들도 마찬가지다. 네살난 아들 녀석도 국수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피를 속이지 못하는 모양이다.
 
틈만 나면 생각나는 국수 생각에, 집에서도 라면 대신 잔치국수를 주로 끓여먹을 정도다. 라면도 면이지만 말이다. 스파게티도 곧잘 해먹는다. 제법 솜씨도 붙었다. 특히 해물로 맛을 내는 스파게티가 전공인데, 서해안 기름유출 사고가 그래서 더욱 가슴 아프다.

20일(토) 늦은 아침 먹고 교보문고에 가족 나들이를 갔다가, 아내의 추천으로 성북동 국수집을 찾았다. 꽤 유명한 집이라 해서 찾아갔는데, 역시 명성대로 였다. 충무로 필동면옥을 떠올렸다가, 새로운 집 발굴 차원에서 찾아갔는데, 발품이 아깝지 않았다.

성대를 지나 혜화동 사거리에서 직진, 고가다리 끝나는 곳에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대로변 왼쪽에 작은 골목길이 있다. 골목길로 들어가면 바로 나온다. '국시집'이라 쓴 손바닥만한(?) 간판뿐이어서 혹 못보고 지나칠 수도 있겠다. 허나, 워낙 알려진 집인지라 끼니때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단다.

사골국물에, 우동보다는 가늘고 일반 잔치국수보다는 굵은 국수가 담겨져 나온다. 삶은 호박을 썰어 국수에 뿌린 게 전부다. 반찬도 살짝 군내 나는 신김치, 그리고 다대기뿐이다. 소박한 상 차림이지만 허겁지겁 뚝딱 해치웠다. 담백한 맛이다. 비싼 편이다. 7천원이다.

오랜만에 온 가족이 포만감에 배를 두드리며 집으로 향했다.

국시집 국수맛이 꽤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필동면옥의 냉면을 국수중에 최고로 꼽는다. 충무로 동대후문을 지나 필동에 있다. 역시 무지 유명한 집이다. 대흥역과 공덕역 사이에 있는 을밀대도 괜찮은 냉면집이지만, 내 입에 필동면옥만 못한 것 같다.

다음엔 네오위즈인터넷 이기원 사장이 추천해준 미사리 비빔국수집도 한번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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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이라곤 이게 전부다. 살짝 군내 나는 신김치에 다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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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맛에 살짝 군내가 도는 김치. 허나, 중독성이 있다. 국수 다먹고나서도 계속 김치를 집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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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다대기. 특별한 것 없다. 그냥 파무침이다. 하지만 국수에 꼭 넣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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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이 좋다. 이건 곱배기다.

 





소람이 아버지는 똥 퍼요!!!

  • Posted at 2007/11/18 19:04   by 김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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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이 아버지는 똥 퍼요, 그렇게 잘 풀 수가 없어요. 한번만 펐다하면..."

기억나는가. 이 노래를 부르며 친구들을 골려먹던 추억을. 이 노래는 혼자서 부르면 재미없다. 여럿이서 한 녀석을 골려먹을 때 요긴한(!)한 합창곡이다. 직업이 '똥퍼'인 아버지들이 실제 있었다. 하지만 꼭 진짜 똥푸는 아버지를 둔 애들에게만 이 노래를 불렀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한 녀석을 집단적으로 놀려먹을 때 아버지의 직업과 상관없이 불렀다. 놀잇감의 대상이 된 녀석이 끝내 울음을 터뜨리면 놀이는 끝났다.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울음이 솟구친다. 나도 놀림감이 된 적이 있어봐서 안다.
 
똥이 얼마나 지저분하고 더러운가. 생각만해도 그렇다. 그 더러운 똥을 치우는 아버지라니... 비록 어린 나이에도 모욕적이었을 게다. 애들도 그걸 잘 알기에 그런 노래로 약을 올린다.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의 잔혹한 놀이였다.

요즘 이 '똥퍼요' 노래를 흥얼거린다. 아들 녀석덕분이다. 이 녀석이 기분좋을 때 혼자서 흥얼거리는 레퍼토리에 최근 '똥퍼요'가 보태졌다. 가사는 아빠가 부르던 것과 좀 다르다.

내 친구 똥퍼는 진짜 똥퍼요.
닭똥 소똥 개똥 말똥 모두 다 퍼요.
땀이 솟아도 싱글벙글 푸고 담고 지고 나르고
내 친구 똥퍼는 진짜 똥 퍼요~

'닭똥 소똥 개똥 말똥...' 대목에서는 재밌다고 깔깔대기까지 한다. 발음이 재밌는 모양이다. 녀석이 아빠의 옛 추억까지 떠올리게 만든 게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내 친구 똥퍼>란 책이다. '사계절'에서 펴낸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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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장 선생님이 동네 똥퍼아저씨와 아주 친하게 지내는 것이 못내 못마땅했던 한 학생이 어느날 선생님에게 반기를 든다. "친구는 아주 귀하고 소중한 사이라고 하면서 동네에서 가장 천한 '똥퍼'를 친구라고 귀히 여기는 선생님에게 더 이상 가르침을 받지 않겠다"며  책보따리 싸들고 돌아가려 한다. 선생님이 이 학생을 앉혀놓고 일장 연설을 하신다.
 
더럽고 궂은 일을 마다앉고 언제나 즐겁게 마을 똥을 다 치우는 똥퍼 아저씨야 말로 성인이라는 얘기. 덧붙여 똥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도 설파한다. '똥이 곧 밥'이라는 얘기다. 아들 녀석이 얼마나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요즘 매일 자기 전에 꼭 한번씩 읽는다. 다 읽고 나면 '똥퍼' 노래 한자락 쭈욱 뽑고 나서야 책을 덮는다.

하도 재밌어 하길래, 한번 정독을 해봤다. 재밌다. 그리고 나도 아들 녀석처럼 흥얼댄다. '내친구 똥퍼는 진짜 똥퍼요.'

똥 치우는 사람을 진짜 똥 취급하는 건 내 어릴 적이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 것 같지 않다. 똥보다 더 더럽고 도움안되는 사람들이 더 그렇다. 요즘 보면 온통 세상이 다 그런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책들이 아이들 손에 닿을 수 있다는 것이 반갑다. 애들 보는 책이라고 우습게 생각지 마시라. 이 책의 줄거리는 원래 어른들 보라고, 그것도 배우고 잘난 사람들 보라고 쓴 책이었다. 그것도 아주 오래전, 연암 박지원 선생이 말이다. 배운 자들의 위선, 이거 아주 싫어했던 연암 박지원이 양반들 보라고 쓴 소설 '예덕선생전'이 이 책의 원전이다.

"내 친구 똥퍼는 진짜 똥퍼요." 아들 녀석이 또 노래를 흥얼댄다. 이제 나도 끼어든다. 옛날 식이다. "소람이 아버지는 똥퍼요." 지 아빠가 똥푼다는 데 녀석은 뭐가 좋은지 막 웃는다. 그걸 보고 나도 웃는다.

이런 책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내 친구는 똥퍼는 진짜 살림꾼
배추 미나리 수박 참외 모두 살리죠
참깨 들깨 논도 밭도 똥을 먹고 힘을 내지요
내 친구 똥퍼는 진짜 살림꾼

내 친구 똥퍼는 진짜 선생님
누더기 옷에 꽁보리밥 참 좋대요
숨이 차도 싱글벙글 부지런히 일 하시며
행복을 가르치는 진짜 선생님




기타가 타악기였나?!!

  • Posted at 2007/11/15 02:26   by 김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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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TV 3사가 돌아가며 영화정보 프로그램을 쏜다. 특별히 찾아보는 것은 아닌데, 그래도 주말이면 거의 빼놓지 않고 본 것 같다. 영화광도 아니고 뭐 특별히 영화에 조예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조예가 있고 싶지도 않은데 말이다. 영화라는 게 그렇게 특별한 목적없이 그저 보고 즐기고 생각하면 되는 것이지 싶다.

영화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3사 프로그램중에 MBC <출발 비디오여행>에 더 끌린다. 내 보기에 대본이 가장 좋다.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과연 이 프로그램의 작가가 누군지 궁금해진다. 곁들여 그 작가는 글 한편에 얼마나 받을까 궁금해진다. 정말 부러운 글쓰기 솜씨라며 혼자서 탄복하면서 본다. 기발한 비유와 재치가 철철 넘친다. 영화보다 영화를 소개하는 진행자의 멘트가 더 재밌고 감동적이다. 그 작가(들)한테 MBC는 정말 돈 많이 줘야 한다. 그 글을 쓰기위한 준비작업이 만만치 않음이 느껴진다. 글 써본 사람은 안다.

작가나 글쓰기 얘기를 하려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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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프로그램을 보다가 오랜만에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영화가 있었다. 제목은 '어거스트 러쉬(August Rush)'. 곧 개봉한단다. 록밴드 리더와 첼리스트가 우연히 만나, 하룻밤을 보내고 그리고 헤어진다. 첼리스트는 하룻밤 사랑으로 임신을 하고 애를 낳는다. 아이의 할아버지는 아이를 고아원에 보내고, 자기 딸에게는 아기가 죽었다고 말한다. 그 아이가 자라 엄마, 아빠를 찾아 나서고 결국 극적으로 만난다는 게 줄거리다. 가족을 다시 만나게 하는 매개체가 음악이다. 부모를 잃은 그 아이는 음악 천재였다.

꼭 보고 싶은 영화지만, 영화 얘기를 하려는 것 정말 아니다.

주인공 소년의 음악적 천재성이 드러난 계기가 소년의 기타연주 때문이다. 그런데 그 기타연주가 기가막혔다. 기타는 현악기다. 그런데 소년은 기타를 두드린다. 마치 타악기처럼. 그런데 기타를 두드리는 그 연주가 기가 막히게 멋지다.

이 얘기를 하려던 것이었다. 기타는 현악기지만, 타악기일 수도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깨닫게 됐다는 것 말이다. 아니면 기타가 원래 타악기였나.

기타를 두드리는 모습을 처음 본 것은 아니었다. 어디서 봤더라, 생각끝에 찾아냈다. 유튜브에서 임정현의 캐논변주곡 연주 동영상 UCC를 보다가, 관련 UCC에서 본 기억을 찾아냈다. 그때는 그런 생각을 못했는데. '기타가 타악기였나'라는 뜬금없는 궁금증 말이다.

영화소개를 들어보니 기타를 두드리는 연주기법은 원래 있단다. 그걸 부르는 용어도 있던데, 생각이 안난다.

어쨌든 기타가 타악기일 수도 있다는 것, 뭐 대단한 발견이라고 혼자서 호들갑을 떨었던 주말의 추억을 잠시 더듬어봤다.
 
덧붙여보자. 피아노는 무슨 악기인가. 아내가 나에게 던졌던 질문이다. 집에 중고 피아노를 들여놓던 꽤 오래전 얘기다. 그때 난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건반악기". 그럴줄 알았다며 아내가 핀잔하듯 들려준 정답은 "바보야! 타악기야, 건반을 두드려서 소리를 내는 타악기."

그래 피아노는 타악기였다.

주변의 작은 발견에서 놀라움과 즐거움을 얻는 요즘이다. 계속 그렇게 살자. 정말로 하고 싶은 얘기다.